국내 최초 상업용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본격적인 해체 작업에 들어간다. 이는 국내 첫 원전 해체 사례로, 원자력업계는 원전 해체 산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해체 과정에서 사용후핵연료를 비롯한 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당면과제로 떠올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6일 전체회의를 열어 한국수력원자력이 제출한 고리 1호기 해체 계획서를 심의·의결하고 원전 해체 승인 결정을 내렸다. 국내에서 상업용 원전이 해체 승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안위는 “한수원이 해체에 필요한 조직, 인력, 절차, 비용·재원, 기술 능력 등을 확보했고 부지 방사능 오염 조사, 해체 전략 등이 원자력안전법령과 기술 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승인 사유를 설명했다.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1호기는 설계용량 595㎿e(메가와트)의 가압경수로 방식 원전으로,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공급했다. 1978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했고 당초 2007년까지 운영 예정(설계수명 30년)이었지만, 한 차례 수명 연장으로 2008년 1월 재가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등 국내외에서 크고 작은 원전 사고가 이어지며 폐쇄 여론이 일었고, 2017년 6월18일 가동이 영구 정지됐다.
이번 승인으로 고리 1호기는 약 12년간 해체 작업을 하게 된다. 해체 비용(사용후핵연료 처분 비용 제외)은 총 1조713억원, 원전 해체로 발생할 방사성폐기물은 17만1708t으로 예상된다. 별도로 사용후핵연료는 167t(485다발)이 나온다.
해체 작업은 크게 해체 준비, 주요 설비 제거, 방사성폐기물 처리 및 부지 복원 등 순서로 진행된다. 한수원은 향후 12년에 걸쳐 고리 1호기를 단계적으로 해체하고 원전 부지를 복원할 계획이다. 2031년까지 사용후핵연료 반출을 완료한 뒤 2035년 부지 복원에 착수하고 2037년에 최종적인 해체 종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선 원전 해체 산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고리 1호기 해체로 현장 경험과 기술력을 확보해 향후 원전 해체 시장에 뛰어들 수 있어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50년까지 600기 이상 원전이 해체될 것으로 보는데, 업계는 이 시장이 향후 5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방안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한국은 지금도 원전에서 나오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원전 내에 임시 저장하고 있는데, 그 양이 1만8900t에 달해 포화 상태다.
국회가 지난 3월 제정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9월 시행 예정)은 2050년까지 중간저장시설을, 2060년까지 영구 처분장을 설립할 것을 계획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기준도 마련하지 못했다. 고리 1호기의 사용후핵연료는 내년 8월부터 부지 내 신설될 건식저장시설 등에 저장될 예정이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원전 해체 과정에서는 고준위 폐기물보다 중저준위 폐기물이 훨씬 많이 나오는데, 경주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장도 점점 포화가 되기 때문에 이 처리장을 어떻게 늘릴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쪽에서는 원전을 짓고 다른쪽에선 방폐장(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만드는 방식이 아닌, 핵발전 감축 계획 등을 통해 에너지 방향을 전환한다는 시그널을 명확하게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먼저 온 미래장강명 지음동아시아|368쪽|2만원
바둑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숨죽여 바둑 경기를 시청한 때가 있었다. 2016년 3월9일부터 15일까지 5회에 걸쳐 진행된 구글 알파고와 이세돌 9단 간의 대국이었다. 이후 2019년 이세돌은 은퇴 선언을 했는데,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저는 바둑을 예술로 배웠는데 인공지능(AI)이 나오면서 … 일종의 게임이 된 것 같다”며 AI가 은퇴 결심의 큰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어쩌면 대다수 사람들은 ‘AI 문제’가 자신과는 크게 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2022년 말 챗GPT가 출시되면서 이는 ‘모두’의 문제가 되었다.
장강명 작가는 <먼저 온 미래>에서 신진서 9단 등 30명의 프로 바둑 기사 및 관계자들을 인터뷰해 이미 몇년 앞서 AI의 영향을 정면으로 맞이한 바둑계의 현실을 살핀다.
연구생들은 더 이상 과거처럼 모여 함께 바둑을 두고 연구할 필요가 없게 되었고, AI의 수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바둑은 점차 개성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과거엔 직접 프로 기사들에게 배우기도 했던 아마추어들 역시 AI 대국을 선호하게 되어 프로 기사들은 과외 일자리를 잃었다.
AI로 인한 의외의 현상도 존재한다. 선천적인 감, 재능을 타고나지 못해 하위권에 머무르던 ‘노력형’ 기사들이 AI 학습으로 발군의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프로 기사에게 직접 배울 수 없어 실력이 떨어졌던 비주류 국가 선수 등도 ‘공평하게’ 실력을 키울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에 등장한 인물들은 변화 앞에 제각기 ‘바둑이란 과연 무엇인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펜을 쥔 작가 역시 자신의 소설 쓰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만약 바둑계에 있었던 변화가 ‘나의 일’에도 일어난다면? 해답의 실마리는 책 속 문장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현대인의 문제점은 좋은 삶을 살지 못한다는 것이다. … 그리고 아마 재미없는 삶보다는 재미있는 삶이 좋은 삶에 가까울 것이다.”
‘알코올 중독’ 건강 저널리스트가 쓴 33일간의 알래스카 순록 사냥기“작은 동그라미, 그 너머엔…” 과밀 도시 속 현대인에 전하는 깨달음
포식자의 위협, 극한의 날씨, 배고픔 등으로 항상 죽음의 위협에 처했던 과거 인류와 달리 현대인은 적어도 육체적으로는 안온한 생활을 유지 중이다. “미국인은 하루 중 93% 이상의 시간을 냉난방 시스템이 있는 실내”에서 지낸다. 배고픔은 느낄 새가 없다.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는 고칼로리 음식들이 널려 있고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에는 ‘먹방’이라는 이름으로 정량 이상의 과도한 음식을 먹는 콘텐츠가 유행한다. 따분함을 느낄 새도 없다. “1920년대, 라디오가 대중에게 방송되자 처음으로 온종일 생각할 필요가 없어졌다 … 마침내 2007년 6월29일, 아이폰이 탄생하자 따분함은 영원하고 완전한 사망 선고”에 처한다.
편안함의 시대다. 그런데 편안함은 부작용을 가져왔다. 잘 움직이지 않고 많이 섭취하다 보니 비만, 당뇨 등 성인질환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명목으로 소비되는 담배나 술에 중독되는 사례가 늘었다. 최근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마약 중독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과도한 디지털 미디어 기기의 사용은 일상생활에 집중력을 저하시키고 우울증과 편집증 등의 정신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다. 구부정한 자세로 오랫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해 미래 인류의 진화된 모습은 목과 어깨가 심하게 굽고, 손은 갈고리 모양으로 변한 형태일 것이라는 예측이 장난과 우려 속에 퍼진다.
편안함의 습격마이클 이스터 지음 · 김원진 옮김수오서재 | 444쪽 | 2만2000원
미국에서 건강 분야 저널리스트로 활동해온 마이클 이스터도 마찬가지다. 알코올중독으로 술에 취한 채 살았던 그는 어느 날 계속 이렇게 살다간 자신이 지금 죽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느낀다. 자신을 누워 있게 만들던 술이라는 ‘액체 이불’을 걷어내고 밖으로 나간다. 불편하게 먹고 자고 걸으며 그는 자연 속에서 생존하며 느끼는 적절한 스트레스와 도전이 인간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는 것을 깨닫는다.
책은 그가 떠난 33일간의 알래스카 오지 순록 사냥기와 불편함에서 나오는 지혜를 얻기 위해 만난 사람들과의 인터뷰, 그의 깨달음이 교차되며 진행된다. 그를 순록 사냥으로 이끈 도니는 말한다. “사람들은 이 작은 동그라미 안에 살고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내 잠재력이다’ 하면서, 그 너머에 뭐가 있는지, 울타리를 벗어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생각하지 않아요. 이건… 정말로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거죠.”
도니가 말한 울타리는 인간의 몸과 정신에만 처진 것은 아닌지도 모른다. 지금 현대인에게는 어쩌면 도시도 울타리다. 이스터는 순록 사냥 여행을 떠나며 불안감을 느끼는데 이것은 모든 것이 다 갖춰진 도시를 떠나는 불안감처럼 보인다. “오늘날 미국인의 약 84%가 도시에 산다.” 한국이라고 다를 바 없다. 사회문화적 환경이 갖춰진 대도시로 사람이 몰리고 그 울타리를 벗어나는 일은 비정상적인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과밀해진 도시는 역시 인간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도시의 편리한 교통체계는 출퇴근 시간을 비롯해 유입량이 몰리는 시간이면 종종 마비에 빠지기도 한다. 어떨 때는 그저 걷는 것이 차를 타고 막힌 도로를 빠져나가는 것보다 빠르다. 정신적으로도 그렇다. 책은 진화심리학자 사토시 가나자와 런던정경대 교수의 말의 빌려와 “인구 밀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인간의 뇌는 불편함을 느끼게 되고, 이런 불안감과 불편함은 주관적인 행복감의 하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생체역학자 케이티 보먼의 말을 빌려와 평범한 도시의 사무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인공 수족관에 감금당한 범고래에 비유하기도 한다. “수족관에서 자라는 범고래는 지느러미가 힘없이 쓰러지는 경우가 많아요. 자연에서 사는 범고래에게는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아요. 지느러미를 꼿꼿이 세우고 매일 수백㎞를 헤엄칠 수 있을 정도로 부하를 견디는 힘이 세거든요.”
저자는 어느 날은 죽음을 생각하다 “하루에 한 번에서 세 번씩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국가 교육 과정으로 포함되어 있다”는 부탄으로 날아간다. 부탄 행복부 장관 등을 만나 행복과 죽음 등에 대해 묻는다. 인간을 위기에 빠뜨린 편안함이라는 것을 주제로 조금씩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주방위군까지 투입해가며 이민자 추방·단속 작전을 편 로스앤젤레스(LA) 거리에선 과일 장수, 길거리 음식을 파는 상인 등이 모습을 감췄다. 미국 전역으로 번진 반대 시위에도 식당과 호텔, 건설 현장 등 곳곳에 일하는 이민자를 대거 단속한 결과다. 이들 편에서 정부의 단속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야당 정치인이 체포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갈수록 강경해지는 트럼프 정부의 이민자 추방·단속 정책 뒤에는 트럼프 2기 백악관의 ‘실세 중 실세’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있다. 일촉즉발 상황이 이어졌던 LA 시위뿐 아니라 국경 단속과 다양성(DEI) 정책 폐지 등 트럼프 대통령이 대대적으로 밀어붙이는 정책에는 39세 극우 책사 밀러 부비서실장의 입김이 닿았다.
“트럼프의 원초적 본능(이드)”이라고까지 불리는 밀러 부비서실장에 대해 최근 NBC뉴스는 “트럼프를 제외하면 백악관에서 그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의 부유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밀러 부비서실장은 10대 때부터 극우 논객의 저서를 통독하고 반이민, 반여성주의, 백인 남성 우월주의, 반이슬람주의 등 극우 성향을 보여왔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인연은 트럼프 집권 1기 당시 책사로 불린 극우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소개로 시작됐다. 그는 트럼프 1기 내내 백악관 선임고문 및 연설담당관을 지내며 핵심 브레인으로 활약했다. 당시 미등록 이민자 부모와 자녀를 분리하는 ‘무관용 정책’ 설계자로 이름을 날렸다.
밀러 부비서실장은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더 독해져서 백악관으로 돌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서명한 숱한 논쟁적 행정명령의 배후엔 그가 있었다. 취임식 당일 서명한 남부 국경에 대한 국가비상사태 선포, 출생시민권 폐지 등이 대표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밀러는 트럼프의 첫 임기에 이루려고 애썼던 것을 완수하려 노력 중”이라며 “그는 이민자 단속 정책 인기 등에 힘입어 트럼프 2.0에서 확실히 더 대담해졌다”고 평가했다.
밀러 부비서실장은 여러 행정명령이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자 “사법 쿠데타를 일으키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이라며 판사를 맹비난하는 여론 조성에도 앞장섰다. 그는 미등록 이민자 단속 과정에서 “해비어스 코퍼스를 중단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비어스 코퍼스는 구금된 사람이 자신에 대한 구금 조치가 합법인지 법원의 판단을 요구할 수 있는 헌법상 권리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 권리가 이민자와 망명 신청자 등 미국 내 모든 사람에게 보장된다고 여러 차례 판단한 바 있다.
워싱턴 정가에선 “한동안 트럼프의 본능 그 자체였던 밀러는 이제 모든 것을 완전히 실현할 수 있는 영향력과 힘을 갖게 됐다” “밀러는 트럼프의 스위스 군용 칼” “백악관에 밀러 손이 닿지 않는 곳을 찾기 힘들다” 등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경질된 마이크 왈츠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임으로 밀러 부비서실장을 기용할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그건 일종의 좌천 인사”라며 “밀러는 지금 훨씬 큰 권한을 갖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밀러 부비서실장의 존재감은 6월 초 LA 시위 사태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밀러 부비서실장은 지난 5월21일(현지시간) 이민관세단속국(ICE) 본부를 찾아 미등록 이민자 추방에 속도를 내라고 다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공약으로 내건 이민자 추방 규모가 목표치에 미달했다는 이유였다.
그는 목표를 채우지 못한 ICE 간부들을 경질하는 동시에 일용직 노동자를 많이 고용하는 홈디포, 세븐일레븐 편의점 등을 표적으로 삼으라는 구체적 지시도 내렸다. ICE와 연방수사국이 이에 따라 이민자 단속 범위를 크게 확대하면서 갈등이 격화했다. 이는 LA 카운티 전역에서 이민자 단속 반대 시위 규모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고 WSJ은 전했다.
밀러 부비서실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SNS에서 이민자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를 “내란”으로, 이를 진압하기 위해 주방위군과 해병대를 투입한 정부의 조치를 “문명을 지키기 위한 싸움”으로 강조하고 나섰다. LA 상황을 두고 며칠 새 쏟아낸 그의 발언을 종합하면 ‘꿈의 도시인 LA가 외부에서 유입된 침입자(미등록 이민자)에 의해 점령됐으므로 주 방위군 투입은 문명을 위한 싸움’이라는 논리 구조로 요약된다.
밀러 부비서실장의 이러한 발언은 이민을 제한하고 대규모 추방을 실행하는 동시에 이에 대한 저항을 무마하는 데 필요하다면 군대까지 동원하는 연방정부의 공격적 정책 집행으로 구현됐다고 FT는 분석했다. 밀러 부비서실장이 내세운 논리는 “LA 시위대는 외국의 적이자 짐승” “LA를 해방할 것” 등 트럼프 대통령이 뒤따라 유사한 발언을 이어가면서 확대 재생산됐다.
LA 시위 사태로 드러난 밀러 부비서실장의 반이민 정책 구상은 ‘워밍업’ 단계일 뿐이라고 디애틀랜틱은 짚었다.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격화하던 LA 시위는 약 일주일 만에 진정세에 접어들었지만 트럼프 정부는 연간 100만명 추방 목표를 공식화하고 이민자 단속 예산으로 1500억달러 이상을 배정한 대규모 감세 법안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을 추진 중이다. 이 법안엔 밀러 부비서실장이 추방의 세 가지 제약 요소로 거론해온 ICE 인력, 구금 시설, 항공편 보충에 필요한 재원이 포함됐다.
밀러 부비서실장의 입김은 트럼프 대통령의 변심도 끌어낸다. 트럼프 대통령은 농장과 호텔, 식당 등 이민자 노동력에 의존도가 높은 업종은 미등록 이민자 단속 대상에서 제외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가 나흘 만인 지난 17일 철회했는데 밀러 부비서실장이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워싱턴포스트 등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자 추방 정책을 완화해달라는 농업·관광업계, 농무부 요청을 받아들여 내린 지침에 밀러 부비서실장이 분노했다는 것이다. 밀러 부비서실장은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의 지침을 다시 바꾸려고 애썼으며 결국 뒤집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에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밀러 부비서실장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벤 레이 루한 연방 상원의원(뉴멕시코)은 “밀러는 미국에서 벌어지는 모든 나쁜 일의 원흉”이라며 “트럼프 1기 정부에서 가장 악명 높은 정책들은 모두 그의 손에서 나왔다”고 비판했다. LA 이민자 대규모 단속 사태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정면으로 맞선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밀러는 시민들의 불안과 혼란을 조장하는 데 앞장섰다”며 “그는 트럼프의 권위주의 성향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로 앞으로는 남극 탐사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국내에서 받아볼 수 있게 됐다. 1년에 한 번 연구자가 직접 남극에 가서 데이터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던 남극 관측 방식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수부는 26일 우리 기술로 개발한 ‘극한지 스마트 관측 시스템’이 남극에서 성공적으로 작동했다고 발표했다.
그간 남극 탐사는 연구자가 1년에 한 번 남극을 방문해 직접 장비를 점검하고 데이터를 수동으로 회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영하 수십 도의 혹한, 극야, 위험 지형 등으로 실시간 데이터 회수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극지연구소,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은 남극의 지진과 기상, 빙하의 움직임 등을 실시간으로 국내로 전달하는 ‘스마트 관측 시스템’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2023~2024년, 2024~2025년 두 차례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에서 각각 2개월간 실증 테스트를 거쳤다.
연구팀은 남극 5곳 관측소에 자체 개발한 관측 장비와 자율 로봇을 ‘극한지 사물 인터넷’(IoET) 기반의 무선 통신망으로 연결하고, 관측 데이터를 수십㎞ 떨어진 기지에 실시간으로 전송하도록 했다. 자율 로봇은 눈에 가려진 크레바스(빙하의 갈라진 틈)를 탐지·회피하면서 관측소를 점검하는 역할을 맡았다.
현장 실증 결과, 시스템은 영하 50℃ 이하의 환경에서도 50㎞ 거리까지 초당 10메가비트(Mbps) 이상의 속도로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전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3대 이상의 로봇이 동시에 작동해도 이상 없이 각종 관측과 점검 임무를 원활히 수행했다.
이번 실증은 해수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가 2021년부터 공동으로 추진해온 ‘극한지 개발 및 탐사용 협동 이동체 시스템 기술개발 사업’에 따라 이뤄졌다.
해수부는 “극지의 (기후) 변화는 북극발 한파나 해수면 상승 등으로 우리의 일상과 안전에 영향을 미치기에 극지에 대한 과학적 관측과 연구는 중요하다”며 “극한 환경에서 더욱 안전하고 안정적인 연구가 가능하도록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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