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폰테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21일(현지시간) 이란 핵시설을 직접 타격하면서 유럽은 외교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이번 국면에서 사실상 존재감을 잃은 유럽 주요국은 미국이 이스라엘·이란 충돌에 직접 개입하기 전날 이란과 핵 협상을 했으나 돌파구 마련에 실패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프랑스·영국 등 유럽 3국은 전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과 만나 3시간에 걸친 핵 협상을 벌였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회담을 마쳤다.
이번 협상에선 국제원자력기구의 이란 핵시설 무제한 접근, 탄도미사일 재고 축소 등이 논의 대상에 올랐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회담이 끝난 후 유럽 등과 협의는 계속하겠으나 “침략자(이스라엘)가 저지른 범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협상 재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애초부터 이번 협상에서 유럽이 의미 있는 진전을 끌어내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다수였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시작된 후 ‘긴장 완화는 필요하지만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한다’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여온 유럽은 “주로 방관자 역할에 머물렀다”(NYT)는 평가를 받았다.
독일·프랑스·영국은 버락 오바마 미 정부 시절인 2015년 이란 핵 협정 체결에 주요 역할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협정에서 탈퇴한 후로는 이란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가자지구 전쟁 발발 후 대이스라엘 접근 방식을 두고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이들 국가의 영향력이 더욱 약해졌다고 알자지라 등은 평가했다.
실제로 유럽 주요국은 이번 국면에서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의 군사 개입이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우리 모두를 위해 하는 더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란 핵 프로그램에 안보 위협을 느꼈던 유럽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내심 반가워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전날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국제법 위반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한 것도 이스라엘에 대한 맹목적 지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유럽외교협의회 연구원들은 “중요한 순간에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공개 지지하는 유럽 정부들은 정신 차려야 한다”며 “이스라엘의 공격을 규탄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점점 고조되는 위험한 군사 작전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박3일 짧은 여행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일본을 떠나며 가장 인상적으로 남은 것은 화려한 관광지도, 맛있는 먹거리도 아니었다. 심야 시간 식당을 찾아가다 마주친 대로변 공사 현장에 있던 7명의 안전담당자들이었다. 그리 넓지 않은 공사 현장, 노동자와 보행자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지나가도록 7명이 큰 소리로 외치며 안내했다. 낮에는 물론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새벽, 심야에도 7명은 여전했다. 나도 모르게 ‘선진국이구나…’ 혼잣말이 나왔다. 부러웠다.
최근의 사건, 사고 중 아래 뉴스들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 1. 사람이 또 죽었다.
또 SPC다. 지난달 19일 오전 3시, SPC 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가 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에서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 중 기계에 상반신이 끼이는 사고로 숨졌다. 2022년 평택 SPL 제빵공장, 2023년 성남 샤니공장에 이어 SPC 그룹에서 3번째 발생한 끼임 사망 사고다. 지난 2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소속 김충현씨가 선반작업 도중 기계에 끼여 사망했다. 2018년 김용균씨가 사망한 그곳이다. 왜 계속 같은 곳에서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는가.
# 2. “중대재해처벌법이 악법이라고?”
대선 기간 이런 얘길 공개적으로 들으며 기가 막혔다. 윤석열 정부의 고용노동부 장관이었던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TV토론에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은 처벌 위주의 법”이라며 “예방을 해야지 사람이 죽고 난 다음 사업주를 처벌한다고 재해가 줄어드냐”고 했다. SPC 노동자의 발인일에도 “사람 하나 죽으면 다 잡아넣는다”며 “이렇게 하면 누가 와서 기업하나”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대선 캠페인 내내 “중대재해법은 악법” 프레임을 내세웠다.
# 3. 한국의 ‘부끄러운 노동 인식’
최근 해외 언론을 통해 한국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났다. 한수원을 주축으로 한 ‘팀 코리아’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에서 국내 건설사가 체코 노동자용으로 만든 열악한 숙소 도면이 현지 언론에 보도되면서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경향신문 보도(6월3일자 19면)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는 1인당 1평 남짓의 방에 화장실과 샤워실, 식당도 없다면서 나치 수용소인 ‘다하우’나 ‘정어리 통조림’에 빗대며 “모욕적 처사”라 비판했다. 실제 지어질 숙소와는 무관하다는 관계자들의 해명에도, 해당 언론은 폴란드 사례를 언급했다. 지난해 8월 폴란드 언론이 한국 현대엔지니어링 건설 현장에서 벌어진 노동착취 실태를 대대적으로 고발해 현지 노동당국이 전수조사까지 나섰던 ‘대형 사고’였다.
위에서 열거한 것들은 모두 하나로 연결돼 있다. 경제논리가 지배하는 사회, ‘노동 존중’ 없이 경제성장만 앞세워온 한국 사회의 분위기와 문화가 근본 원인이다.
지난해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는 2098명에 이른다. 유족급여 승인 기준으로는 827명이다. 사고사망만인율(산재보험 적용 대상자 1만명당 산재 사망자 수)은 0.3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0.29보다 훨씬 높다. 왜 이런 지표에는 가슴 아파하지 않는가. 세계 경제규모 10위권을 자랑하는 한국은 노동에선 명백히 후진국이다. 최소한 평균만큼만이라도 가야 하지 않나.
국민들은 이미 준비되었다. 지난 정부에서 끊임없이 ‘중대재해법은 악법’이라며 완화를 시도했지만, 이달 9~10일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새정부 안전정책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4.2%가 “중대재해법을 현재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중대재해법이 산업재해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74.0%로 나타났다.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깊고 큰 상처 위에 희망을 꽃피우라는 준엄한 명령과, 완전히 새로운 나라를 만들라는 그 간절한 염원에 응답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새 정부의 초대 노동부 장관으로는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명됐다. 민주노총 출신이 노동부 장관에 지명된 것도, 현직 노동자의 장관 발탁도 처음이다. 김 내정자는 “노동이 존중받는 진짜 대한민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완전히 새로운 나라” “노동 존중 사회”는 절로 오지 않는다. 관성에 익숙한 기득권들의 강력하고 끈질긴 저항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돈보다 생명이 중요하다는 것, 사람이 계속 죽는 기업은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국민적 상식이다. 시간이 걸려도, 장애물이 있어도 ‘웃으며 출근하고 살아서 돌아올 수 있는 상식적인 세상’을 위해 사회와 정부가 함께 노력해가야 한다.
12·3 불법계엄 관련 수사를 맡은 조은석 특별검사팀에 의해 ‘1호’로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 만기를 3시간 앞두고 다시 구속됐다. 김 전 장관 측은 구속영장 심문에 출석해 수차례 재판부 기피신청을 하고, 재판부에 특검의 기소가 부당하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전 장관 재구속은 ‘내란·김건희·채상병 사건’ 등 3대 특검 중 ‘1호 구속’이다. 법원의 영장 발부로 향후 특검 수사에도 힘이 더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한성진)는 25일 “증거 인멸 우려가 높아 구속영장을 발부한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특검팀은 지난 19일 김 전 장관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하고, 법원에 기존 사건과의 신속한 병합과 보석 결정 취소,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촉구했다. 김 전 장관은 같은 법원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에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1심 최장 구속기간(6개월) 만기를 앞두고 재판부가 조건부 석방(보석)을 결정하자 보증금 납부 등을 거부해왔다. 26일 0시부터 자유의 몸이 될 것으로 전망돼, 윤석열 전 대통령에 이어 ‘내란 2인자’로 꼽히는 김 전 장관까지 석방되면 계엄 모의와 선포 과정 등 실체를 밝힐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김 전 장관에 대한 추가 기소와 구속영장 발부 건은 무작위 전산배당 방식으로 기존 재판부가 아니라 형사합의34부에 배당됐다. 재판부는 23일 오후 2시30분부터 심문을 할 계획이었으나, 김 전 장관 측이 “방어권 행사에 제약이 있다”고 주장해 이날로 다시 기일을 잡았다. 재판부는 전날 김 전 장관 측이 지난 23일 낸 재판부 전원 기피신청에 대해서는 기각 결정했다.
김 전 장관 측은 이날 심문에서도 오전 2시간여 동안 4차례에 걸쳐 재판부 기피 신청을 했으나, 재판부는 연거푸 ‘간이 기각’ 했다. 기피신청에 대한 판단은 원칙적으로 다른 재판부에서 진행해야 하지만, 소송 지연 목적이 명백한 경우 등에는 해당 재판부가 바로 간이 기각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장관 측은 “추가 기소 사건의 소송 절차는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소송 진행을 지연했다는 게 무슨 뜻이냐”며 목소리를 높여 따졌다. 이어 “재판부가 팩스 전송 방식으로 심문 기일을 통지한 것이 지난 20일 오후 1시41분이고, 공소장과 같이 저희에게 송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송달이 이뤄지기 전에 재판부가 심문기일을 지정하는 등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 측은 앞서 구속영장 심문기일 변경 신청서를 재판부에 내고, 추가 기소가 불법이라며 효력을 멈춰달라는 집행정지 신청과 이의신청을 서울고법에 접수했으나 이 신청들도 모두 기각·각하됐다. 집행정지는 기각, 이의신청은 각하한 서울고법 형사20부(재판장 홍동기)는 기소의 적법성이나 타당성은 본안 재판이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법에서 따져볼 문제라고 봤다.
김 전 장관 측은 이날 영장이 발부되자 구속적부심을 법원에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장관이 재구속되면서 특검 수사도 힘을 받게 됐다. 특검팀이 청구한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은 이날 법원에서 기각됐으나 특검팀으로선 윤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앞으로 특검팀은 김 전 장관을 비롯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신속한 대면조사를 통해 수사를 본궤도에 진입시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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