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이 ‘주식투자 리딩사기’로 14억원을 챙긴 사기조직에 대해 ‘은색 수배서(Silver Notice)’를 발부했다. 범죄 수익 및 자산을 추적하기 위해 인터폴이 시범 운영 중인 은색 수배서가 국내 사건에 발부된 건 처음이다.
25일 경찰청에 따르면 인터폴은 지난 23일 경기북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대에서 수사하고 있는 투자사기 조직 한국인 총책 2명에 대한 은색 수배서를 발부했다. 이들을 체포하기 위한 인터폴 최고 등급의 ‘적색 수배서’도 발부됐다.
이들은 비상장 주식투자 종목을 알려주면 고수익을 낼 수 있다고 속인 뒤 피해자 83명에게서 14억원을 챙기고 해외로 도주했다. 경찰청은 이 사건을 수사한 경기북부경찰청 수사팀의 요청을 받고 한국의 제1호 은색 수배 대상으로 선정해 수배를 신청했다.
인터폴은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은색 수배서 제도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기존의 적색·청색·녹색 수배서는 해외 도피 범죄자의 체포나 소재 확인, 범죄 정보 공유를 위해 활용된다는 점에서 은색 수배서와 다르다. 은색 수배서는 범죄 수익이나 범죄자의 자산을 추적·동결·환수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범죄 수익이 국경을 넘어 부동산, 차량, 암호화폐, 고가 미술품, 골동품 등의 형태로 해외에 은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준형 경찰청 국제협력관은 “해외 범죄수익 추적·환수는 조직범죄의 재정 기반을 무너뜨려 피해 확산을 방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은색 수배서를 활용한 유기적 국제공조를 통해 피해자들의 실질적 피해 회복을 지원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중국 고전소설 <서유기>에서 손오공이 파초선(부채)을 든 마녀를 찾아가는 에피소드를 언급하며 “(공직자의) 작은 관심, 판단에 의해 누군가는 죽고 살고 누군가는 망하고 흥하고 더 심하게는 나라가 흥하고 망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오늘 물가, 민생 안정 대책을 논의하게 될 텐데 취약계층들에 대해서 피해가 가중되지 않게 세심한 배려를 해주는 그런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공직자들이 어떤 태도로, 어떻게 임무를 하느냐에 따라서 정말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며 “(서유기에서) 파초선을 마녀가 들고 있는데, 한 번 부치면 천둥 번개가 치고, 두 번 부치면 태풍이 불고 폭풍우가 엄청난 비가 오고, 세상이 뒤집힌다. 본인은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파초선은) 아주 작은 부채이지만 세상은 엄청난 격변을 겪는, 권력이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들한테는 아주 작은 한순간 또는 거의 의미 없는 것들일지 모르지만 그게 세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여러분의 역할, 책임이 얼마나 큰지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6·25 전쟁 75주년을 하루 앞둔 이날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약은 사람 잘 빠져나가고 힘없는 사람만 희생당한다, 그런 억울한 심정들도 광범위하게 있는 거 같다”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 특별한 희생을 치른 분들에 대해선 충분한 보상과 예우가 있는지 점검해보고 가능한 방법부터 한 번 더 찾았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는 안보 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보통 안보하면 싸워서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더 중요하고 가장 확실한 안보는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인 평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평화를 만드는 것은 정치가 해야 할 일인데, 불가피하게 싸워야 할 일이 발생하면 현장에서 싸우는 것은 언제나 우리 힘없는 국민들”이라며 “공동체 모두를 위해서 희생을 치른 그 어떤 사람 또는 집단 지역에 상응하는 보상을 충분히 했느냐란 점에서는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안보는 경제 문제하고 직결돼 있다. 정치 구호처럼 들리는 ‘평화 경제고 평화가 밥이다’라는 얘기가 구호 내지는 현실이 됐다”며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일, 안보를 튼튼하게 하는 일, 우리가 신경을 써야 할 중요한 일이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 특별한 희생을 치르는 그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표하는 그런 의미 있는 날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생성형 AI’ 다음은 ‘에이전틱(agentic) AI’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작업하는 에이전틱 AI 시대에 이르면 일하는 방식이 크게 바뀌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지 않으면 생존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전문가 전망이 나왔다.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경향포럼>에서 강연자로 나선 임우형 LG AI연구원 데이터 인텔리전스랩장 수석연구위원(상무)은 “AI는 누군가를 대체한다기보다 일반적인 수준에 있는 사람들이 높은 수준의 일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전문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준다”면서 “개인과 기업이 AI 시대에 대비하지 않으면 생존 경쟁력을 잃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임 상무는 새로운 AI 혁명의 시작인 ‘에이전틱 AI’로 인해 일하는 방식이 변화한다고 이야기했다. 에이전틱 AI는 생성형 AI의 다음 단계로, 인간의 감독을 최소화하면서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능력을 가진 능동적인 인공지능 시스템을 말한다. 그는 “이제 에이전틱 AI로 넘어오면서 고차원적인 명령을 주면, 일할 때 필요한 몇가지만 되묻고 나머지는 자기가 알아서 일을 한다”며 “웹 검색을 하고, 거기서 필요한 정보를 다시 찾아내고, 또 그 중에서 맞는지 틀린지 검증을 하고, 그리고나서 서론-본론-결론으로 보고서까지 정리해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임 상무는 LG AI연구원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는 사례를 공유했다. LG AI연구원은 2020년 12월 출범 후 독자 개발한 생성형 AI모델 ‘엑사원’을 통해 산업 현장에 적용 가능한 AI를 만들어 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LG는 AI를 활용해 공정 품질 예측, 검사 자동화, 원자재 일정 관리, 코드 자동화, 질병 사전 진단, AI고객센터 등 여러 가지 분야에서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그는 “과거엔 상황에 따라 AI가 커버하지 못하는 것들도 많았지만, 최근 들어 AI가 고도화하다보니 다양한 예외상황들도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상무는 제조업·R&D·서비스업 등 산업군별로 전문 특화 모델이 만들어져야 되며 각 산업 분야 내에서도 기업에 맞는 AI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AI로 인해 일하는 방식도 변화 될 것이고, 개인과 기업의 생존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반대로 말하면 AI 도입을 빠르게 진행해서 대비하지 않으면 조금씩 도태될 수밖에 없고, 생존 경쟁력을 잃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함께 고민해서 AI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고 했다.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서 예정된 한국 등 인도·태평양 4개국(IP4)과 특별회동에 아예 불참하기로 했다.
24일(현지시간) 나토에 따르면, 회의 둘째날인 25일 오후로 잡혔던 ‘미국+나토+IP4’ 회동이 ‘나토+IP4’ 형식으로 변경됐다. 나토는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IP4 정상 간 회동이 열릴 예정이라고 안내한 바 있다.
그러나 IP4 가운데 뉴질랜드를 제외한 3개국 정상이 참석하지 않기로 공식 발표한 후 각국 대표의 격과 일정 등을 최종 조율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아예 빠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뤼터 사무총장은 전날 사전 기자회견에서 IP4 가운데 3개국 정상의 회의 불참이 어떤 결과를 미치냐는 질문에 “고위급 대표들이 와 중요한 회의를 할 것”이라며 “이런 행사에는 일정이 일 단위로 바뀔 수 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한 바 있다.
재판부·사건 따라 정보 다르게 적시불필요한 사실관계 포함 사례 많아민감한 정보 ‘별지’로 구분하는 등필수 정보 기입 ‘가이드라인’ 필요
사건 당사자 개인정보 보호 방식미국처럼 ‘가명’ 쓰는 게 읽기 수월‘공개 사전 동의’를 받는 것도 대안
PDF 파일 제공 방식도 변화 시급이미지 형식으로 수정·편집 안 돼시각장애인 읽을 수 없어 ‘불평등’
“사법부 향한 불신·위협 커지는 때판결문 공개 확대로 투명한 재판을”
판결문이란 단순히 재판부의 결정을 담은 글이 아니다. 법원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재판을 어떻게 진행했는지, 여러 쟁점 중 어떤 가치를 더 크게 판단했는지 종합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법률 문서다. 그래서 ‘판결문을 공개하라’는 요구는 사법부 신뢰가 약해지거나 흔들릴 때 많이 터져나왔다.
지난 6·3 대선 직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례적인 속도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을 파기환송하고, 서울고법이 곧장 기일을 지정하면서 “사법부가 정치적인 결정을 했다”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제기됐다. 사법기관 판단에 대해 일반 시민들이 공감하지 못하고 의문을 가질수록 기관의 존재 이유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판결문 공개는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요구가 2000년대 사법개혁이 추진될 때부터 꾸준히 있었지만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던 것은 여러 우려와 반대 논리 때문이었다. 현행 판결문이 그대로 공개될 경우 개인정보 유출이나 2차 가해, 모방범죄 등 다양한 위험과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위험을 억제할 수 있는 시스템과 관행을 마련하면 된다는 반론이 많다. 결국 법원의 ‘의지’에 달린 문제라는 것이다.
‘TMI’ 공소사실 붙여넣기…정리가 필요해
판결문 전면 공개 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부작용으로는 ‘개인정보 침해’가 꼽힌다. 판결문에는 사건 당사자의 이름·나이·성별 등 개인정보와 범죄사실, 당사자 주장, 판결 근거 등이 담긴다. 판결 과정의 사실관계가 상세히 적히기도 한다. 이렇게 판결문에 적시된 정보가 사생활 침해로 이어지거나 모방범죄 등에 활용되고, 당사자 의사와 상관없이 사건 내용이 개인정보와 함께 외부로 흘러나갈 우려가 있다.
판결문 전면 공개를 주장하는 쪽에선 판결문에 이런 정보를 과다하게 넣는 게 올바른 것인지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은 판결문마다 그 안에 담긴 정보의 수위와 구체성이 재판부와 사건에 따라 제각각이다.
과거에는 검찰 공소사실을 그대로 베낀 수준으로 범죄사실을 적거나 판결에 불필요한 정보까지 지나치게 많이 담는 판결문도 적지 않았다.
강성국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판결 법리를 설명할 때 범죄에 대한 노골적인 묘사까지 필요한 것인지는 따져봐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강 활동가는 최근 헌법재판소에 판결문 전면 공개 헌법소원을 제기한 청구인단 중 한 명이다. 그는 “지금은 ‘비공개’ 관행대로 하다보니 판결문에서 사실관계를 설명하는 데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할애하는 것 같다”며 “전면 공개가 원칙이 되면, 민감한 정보는 별지에 담아 공개 범위에서 제외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이들은 판결문 공개 확대 시 ‘작성 가이드라인’을 함께 도입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판결에 필요한 정보만 포함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정해야 판결문 공개 시 발생할 위험 또한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판결문 공개 범위가 넓은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판결의 법적 분석에 초점을 둔다. 판결문도 범죄사실을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고, 죄명과 양형 등만 간략하게 표기하는 식이다.
공개된 판결문을 부당하게 이용하면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열람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는 등 제재하는 방안도 마련할 수 있다. 다만 이 제재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한정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는 게 청구인단의 얘기다.
현재 인터넷 판결문 열람시스템 이용 시 1건당 수수료 1000원을 내야 하는 게 대표적이다. 무분별한 판결문 열람·사용을 막으려는 것이다.
강 활동가는 “일괄적인 수수료 부과는 경제적 약자나 판결문이 필요한 다수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판결문을 공개하는 게 우선이라는 취지다.
미국처럼 ‘가명 판결문’ 제공한다면…
민감한 사건에서 ‘가명 판결문’을 제공하는 미국의 사례도 참조할 수 있다. 미국은 의료·종교 관련 소송, 성범죄 등 사건에서 가명으로 재판을 진행해 법정 기록이 공개되지 않도록 하고, 판결문도 가명으로 제공한다.
임신중지가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결정권이라고 본 1973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대표적이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법으로 보호한 판례로, 원고 ‘로(Roe)’와 피고 ‘웨이드(Wade)’는 모두 가명이다.
국내에서도 사건 당사자에 대한 명예훼손 또는 2차 가해가 우려되는 사건은 재판 진행 단계부터 판결문 공개에 이르기까지 모두 가명을 활용할 수 있다. 이 경우 복잡한 AB, AJ, CN 등 각종 알파벳 조합으로 비실명화 작업을 하는 현행 방식보다 훨씬 읽기 수월하다. 가독성은 해치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내용은 충실히 제공할 수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미 공개 재판에서 나온 정보들인데, 민감한 정보라는 이유로 판결문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재판 과정에서부터 당사자 신상을 공개하지 말고, 분별 가능한 가명을 사용해 판결문을 공개하면 된다”며 “판결문에서 중요한 건 결국 재판부의 법 해석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전에 사건 당사자들에게 판결문 공개 희망 여부를 조사하는 것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미 현행법은 기밀성이 짙은 판결은 제한적으로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사소송법 163조는 기업의 영업비밀이 포함된 경우 그 부분을 보호 조치할 수 있도록 한다. 정보공개법 9조는 국가안전보장 등에 관한 것으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또 진행 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 범죄 예방이나 수사, 형 집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만들 수 있는 정보, 형사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 등도 비공개 대상이다. 개인의 사생활이나 기업의 영업비밀, 국가의 안전보장과 관련된 사항은 판결문 전면 공개와 상관없이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보호받고 있다는 뜻이다.
누구에게나 열린 판결문 필요
판결문 전면 공개와 함께 공개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인터넷 열람시스템에서 수수료를 내고 판결문을 내려받으면 PDF 파일로 제공된다. 이는 한글이나 워드 파일과 달리 ‘이미지’ 형태이기 때문에 문자 검색이 되지 않는다. 문자를 추출하고 기계에 판독시키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OCR(Optical Character Reader·광학문자인식)을 이용하거나 직접 타이핑을 해야 한다. 이는 시각장애인에겐 단순한 불편을 넘어선 불평등으로 작용한다.
더 많은 시민이 판결문을 손쉽게 읽을 수 있도록 기계 판독 기능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 건 이 때문이다. 판결문을 수정하거나 편집할 수 있어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거란 반대 의견이 있지만,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다르다. 시각장애가 있는 송민섭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활동가는 “문서를 읽을 때는 텍스트를 추출해 음성으로 바꿔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는데, 현행 판결문은 그게 아예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송 활동가는 “모든 인간은 인권과 기본권을 보장받는데,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는 헌법의 원칙이 시각장애인들에겐 해당되지 않는 것”이라며 “알권리 보장을 위해 사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판결문 전면 공개 시 “사법부가 외부의 눈치를 더 보게 될 것”이라는 부정적 시선도 있지만, ‘사법 신뢰 회복’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위해 결국 거쳐야 할 단계라는 목소리도 크다. 독립된 기관이라면 국민의 감시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통해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법 규정이나 정책이 일반 시민들에게 공개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판결문 공개도 중요한 사법 감시의 일환”이라며 “사법부 불신과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판결문을 더 공개해 투명하게 재판을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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