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인구감소와 접경지역인 강화·옹진군을 기회발전특구로 지정해 줄 것으로 정부에 다시 건의했다.
인천시는 지난 3월에 이어 지난 24일 강화·옹진군을 기회발전특구로 지정해 줄 것을 산업통상자원부와 지방시대위원회에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25일 밝혔다.
기회발전특구는 비수도권, 인구감소지역, 접경지역을 대상으로 규제 특례와 세제·재정 지원 등을 통해 대규모 투자 유치를 촉진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지정되는 구역이다. 기회발전특구는 시·도지사 신청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방시대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지정한다.
현재까지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비수도권 시·도가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됐지만, 수도권은 지방시대위원회가 기회발전특구 지정 지역 및 신청 면적 상한 등 구체적인 기준을 설정하지 않아 특구지정 신청을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지난 3월 1차 건의에 이어 이번에 2차 대정부 건의문을 통해 정책 개선의 시급성을 더욱 강하게 전달했다.
건의문에는 강화군과 옹진군은 군사시설보호구역에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중첩된 규제로 지역 낙후 심화하고 있어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접경지역 주민들이 감내해 온 희생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인구감소지역임에도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역차별을 받는 현실 등을 고려해 기회발전특구 지정의 당위성 등을 설명했다.
인천시는 지난 5월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위한 전략수립 연구용역’에 따라 강화군 남단(155만㎡)과 옹진군 시도 일원(13만8000㎡)을 그린바이오 및 휴양·관광 산업 중심지로 육성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 올 하반기 기회발전특구 지정 신청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김준성 인천시 글로벌도시국장은 “기회발전특구 지정의 전제조건인 수도권 기준 수립을 위해 정부 건의 외에도 경기도와 협력하는 등 다양한 설득 수단을 적극 가동할 것”이라며 “인천시는 강화군·옹진군과 긴밀히 협력해 기업 유치와 특구 지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5년 전 이 지면에 ‘약자의 눈’이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당시 출범한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약자의 눈’을 응원하고 싶었다. 국회의원이라고 하면 일단 10점 정도 감점하고 보는 내가 감점 없이 10점을 더한 글을 쓴 것은 이들이 주관한 토론회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확대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는데, 내게 토론회를 진행하는 좌장을 맡아달라고 했다. 오지 말라고 해도 찾아가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의원들이 직접 자리까지 마련해서 듣겠다고 하니 기쁜 마음으로 참석했다.
모두 알듯이 국회의원들은 중요한 일을 하기에는 너무나 바쁜 사람들이다. 자료집에는 얼굴과 말을 빠짐없이 박아 넣지만 정작 토론회 참석은 자료집의 얼굴과 말로 대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참석을 했다고 해도 그저 축사가 목적인 사람들이다. 이날의 토론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여섯 명의 의원들이 참석했는데, 행사 실무자는 내게 이분들 모두 바쁘니 인사말만 하고 떠날 수 있게 배려해달라고 했다. 어차피 10점 감점하고 있던 터라 그렇게 진행했다.
그런데 옆에 앉은 한 의원이 내가 열어준 문으로 나가지 않았다.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듣고 가겠다고 했다. 같은 당 의원들이 당에 중요한 회의가 있다고 먼저 자리를 떴고, 테이블에 엎어둔 휴대전화로 회의 시간이 되었다는 메시지가 계속 날아드는데도, 그는 발표자와 토론자의 이야기를 메모하면서 열심히 들었다. 처음엔 잠깐만 머무를 것처럼 하더니 결국 끝까지 남았다.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발언을 청했을 때 그는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사업에 대한 상당한 이해를 보여주었고 자신이 할 일에 대해서도 모호하지 않게 말했다.
나는 그를 다시 보았고, 그가 대표로 있다는 ‘약자의 눈’ 소개 리플릿을 집에 들고 와서 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거기에는 약자의 눈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바를 찾는 것이 정치라고 쓰여 있었다. 약자의 눈.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가져다 쓰는, 그래서 아무런 의미도 없는 ‘국민의 눈’ ‘국민의 목소리’ 같은 말이 아니어서 참 좋았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이야기다. 그의 과거 행로를 좋지 않게 생각했던 나로서는 이날의 경험이 무척 새로웠다. 나는 그를 다시 보았다. 그리고 마음속 감점을 지웠다. 언젠가 TV 채널을 생각 없이 돌리다가 한 종교 채널에서 그의 인터뷰를 보았을 때도 그랬다. 그는 장애인들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언급하며 “그분들만 싸우게 해서는 안 된다”면서 “같이 문제를 풀어갈 방법을 고민한다”고 했다. 그리고 예산과 입법만이 아니라 정치인으로서 ‘국민의 인식’을 전환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보통 정치인들은 장애인에게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행동을 하라고 다그치는데 그는 달랐다. 그는 종교지도자들이 역할을 해줄 수 있도록 길을 찾아보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했고, 교회나 성당, 사찰 등 종교시설의 장애인 이동권 제약도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약자의 눈으로 미래를 보는 것이 정치입니다.” 이 정도면 감점 지우기가 아니라 보너스 점수를 줘야 한다.
그런데 역시 나는 사람 보는 눈이 없나 보다. 그동안 그가 ‘약자의 눈’을 연기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헛것을 본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총리 후보자로서 그가 이번에 차별금지법 문제를 둘러싸고 보여준 반응은 너무나 절망적이다. 그는 예전으로 돌아가버렸다(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차별금지법에 대해 그는 “두 가지 본질적인, 헌법적 목소리”가 있고, 이들 사이에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며 정치인들이 지난 18년간 해온 말을 그도 똑같이 반복했다. 약자의 눈으로 사회를 바꾼다던 사람, 종교지도자들을 설득하고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어가겠다던 사람은 어디로 가고, 사회적 합의를 내세우고 보수개신교의 목소리를 헌법적 목소리로 격상시킨 사람만 남았다. 차별금지법을 두고 사회적 합의라니, 사실상 그는 차별받는 사람에게 차별하는 사람의 동의를 구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내 눈이 틀렸다는 것을 고백한다. 사람 보는 눈에 미련이 남아 자료를 뒤지다가 그가 어느 개신교 행사에서 동성애에 대해 발언한 내용을 접했다. 그는 약자의 눈은커녕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가 자기 생각은 “새 정부와 집권여당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하였으니, 정말로 눈을 부릅떠야 할 때인 것 같다. 생각은 그대로고 눈만 빌려 쓸 수 있는 사람들의 정부라면, ‘빛의 혁명’에서도 빛깔만 취하는 정부, 빛깔만 민주주의인 정부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약자의 눈’은 역시 우리의 몫이다.
한강, 1968김원 지음혜화1117 | 400쪽 | 2만4000원
한강의 기적은 마냥 아름답지는 않았다. 압축적 성장엔 빛과 그림자가 존재했다.
한강도 시름시름 앓았다. 사람의 욕심 탓이었다. 하천 복원과 홍수 대책 등을 연구해온 저자는 한강을 ‘상실의 땅’이라고 말한다. 1968년 2월 밤섬 폭파 이후 한강은 빠르게 망가졌다.
책은 당시 정치 및 경제 상황과 접목해 한강 상실의 과정을 설명한다. 1970~1980년대 건설 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모래였다. 골재가 곧 돈이 됐다는 뜻이다. 권위주의 정부하에서 주먹구구식 개발은 소극적으로 용인되거나, 적극적으로 이용됐다.
당시 정부는 한강 개발의 명분으로 ‘유람선이 떠다니는 한강’ 같은 낭만적인 것을 제시했지만, 골재 개발 사업으로 정치자금을 확보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한강을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본 지도자들의 관점도 문제라고 짚는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30년 넘게 재직한 저자는 한강의 본모습을 방대한 자료로 치밀하게 복원한다. 국토지리정보원, 국가기록원, 서울기록원 등의 자료와 당시 신문기사까지 교차 분석한다. 특히 다수의 항공 사진을 통해 한강의 어제와 오늘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한 구성이 인상적이다.
배를 타고 한강을 답사한 최초의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영국인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한강을 ‘금빛 모래의 강’이라고 기록했다. 1894년부터 네 차례 한국을 방문한 푸른 눈의 이방인에게 한강은 순백색의 모래사장과 깨끗한 물을 자랑했다. 그 한강은 이제 사라지고 없다.
저자는 미래의 한강은 모래사장이 있던 원래의 한강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누구나 쉽게 다가가 마음껏 물놀이도 하고, 필요하면 배도 띄울 수 있는 강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숱하게 이뤄진 한강 복원 사업은 말만 ‘복원’일 뿐, 한강을 통해 구현하려는 개념이나 철학도 없었다고 비판한다. 단순히 공원을 만든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금빛 모래를 자랑한 그 한강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군사 사상가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전쟁을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적을 굴복시키는 폭력행위”라고 정의했다. 욕망에 기반한 감정을 내세워 적과 아군으로 나눠 싸움을 일으키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하다. 아마도 인간 존재는 기본적으로 폭력성을 내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성의 철학자 칸트 또한 인간의 한계를 직시하고, 국가가 해야 할 최고의 정치적 선은 영원한 평화 수립이라 했으며, <영구평화론>이라는 책을 쓰기까지 했다. 전쟁은 정치적 도구라는 말은 그저 수사에 불과할 뿐 실제로는 인간의 추악한 모든 면을 발산하는 지옥에 다름 아니다.
분단 80주년, 6·25전쟁 75주년이다. 미국이 기획하고 소련이 묵인한 한반도 분단은 해방과 동시에 이뤄졌다. 제2차 세계대전 후의 국제질서를 모색한 카이로 선언, 얄타 회담, 포츠담 선언에 한반도 백성은 어떠한 발언권도 없었다. 모스크바의 미·영·소 삼상회의에서 결정한 신탁통치안도 우리 의지와는 무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전쟁이 일어났다. 결과는 남북한 사망자 약 300만명, 부상자 약 500만명, 이산가족 1000여만명이었다. 정전 후 남북은 군비를 확장하고, 여전히 100만명 이상의 군인을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다. 이 전쟁으로 냉전은 심화되었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의 무장을 가속화시켰다.
6·25전쟁에 대한 원인 분석은 각양각색이다. 남북한은 각각 남침·북침을 주장하고, 학자들은 미·일 강화조약 및 반공동맹 견제와 세계 적화를 위한 스탈린의 결정이라는 전통주의, 북한의 남침을 유도한 미국의 전략이라는 수정주의로 나뉘었다. 북한·중국·소련의 공모였다는 신정통주의, 조선시대부터 쌓여온 계급갈등이 표면화되었다는 신수정주의도 있다. 이는 관련국들의 자료가 점차 공개되면서 바라보는 시각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대체로 미·소의 냉전, 한국 내부의 좌우 대립, 정책 결정자들의 오판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한 복합적 성격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분단과 정전 후 남북한은 각자의 길을 갔다. 남한은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독재와 군사정권, 민주주의의 길을 걸어왔다. 북한은 사회주의를 선택하고 권력 세습국가로 가고 있다. 한국 사회는 흡사 1954년 발표된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 대왕>의 풍경을 보여준다. 핵전쟁 후 무인도에 불시착한 소년들이 벌이는 사회상이다. 등장인물이 보여주는 민주주의의 가치 수호에 대한 권력지향 본능의 폭주, 이성과 문명을 향한 야만과 광기의 대립, 무지와 맹목성을 계몽하고자 하는 선지자적 열정 등은 마치 전후 이 나라의 모습을 예견한 것 같다. 그리고 여전히 거대한 불안이 한반도를 덮치고 있음을 느낀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 이스라엘·미국의 이란 폭격은 세계가 무정부 상태임을 보여준다. 이 약육강식 세계는 고슴도치처럼 자신의 힘으로 자신을 지킬 수밖에 없는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 냉전은 이념이 문제였지만 이제는 실리라는 이름의 욕망 외에는 없다. 불타나 묵자처럼 세계 연결성을 강조하는 것보다 헤라클레이토스나 헤겔처럼 세상을 대립·투쟁 관계로 보는 시각이 확대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아무리 비싼 평화도 전쟁보다 낫다”고 한 말에 공감한다. 우리가 더 자유롭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 근본 모순인 남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새 정권이 종전·평화 협정 체결을 한다면 역사적 업적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전쟁은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미국과 러시아에 분단 책임을 물어야겠지만, 그들이 우리를 맘대로 유린했어도 마음을 하나로 모았다면 어떻게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국제적 패싸움의 대리전으로 남북한 모두 희생양이 되었음을 뼈저리게 느끼는 우리 자신이 먼저 북한을 감싸안을 수 있는 도량을 갖춰야 한다. 정치적 이해타산으로 설사 통일이 되어도 마음의 분단은 여전할 것이다. 평화와 통일에 대한 대의를 명확히 세우고, 구체적인 한반도 평화 로드맵 위에 국민들도 직접 참여해 오랜 아픔을 함께 치유했으면 한다. 이제 남북의 우리가 결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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